코로나에 빅 테크 자체 데이터 센터 늘려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폭풍 속의 등대” 

지난해 베런버그 캐피털마켓츠가 ‘데이터센터(DC)’ 관련 주식의 상승 가능성을 점치며 보고서에서 언급한 표현이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가운데 DC의 수요가 늘며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텔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최근 관련 기업들은 실물 경제 악화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3분기에만 19억 달러(약 2조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 넘는 DC 부문 매출을 기록한 것이 그 예다. 이에 IT 업계에선 “DC를 빼면 어떤 성장 사업도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DC가 뭐기에 기업의 관심사로 떠올랐을까.

급증하는 DC, 대체 뭐기에

50여년 전엔 기업 내에서 작업한 결과물을 컴퓨터와 같은 기기에만 저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 작은 규모의 전산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90년대엔 오늘날의 DC로 발전했다. 인터넷이 생기며 작업물을 외부의 서버에 저장하기 위해 DC처럼 집적된 공간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런 대형 서버와 네트워크, 관련 기기를 자사나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서버 호텔’이 DC다. DC 중에선 2만 3000㎡ 이상의 규모에 10만 대가 넘는 서버를 구축한 ‘초대형 DC’도 많다. 10만 대는 국립중앙도서관 3만 개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는 양이다. 

DC의 구성 요소엔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저장 공간인 스토리지, 기억력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 전력 공급·냉각 시설 등이 있다. 내부 서버엔 중앙 처리 장치(CPU), D램(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 탑재된 부품 덩어리, 메모리 반도체에 기반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대용량 저장 장치)가 적용된다. 

DC는 전통적인 개념의 DC와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CDC)로 나뉜다. 특히 가상 저장 공간인 클라우드의 시장이 확대되며 CDC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클라우드 업계에선 다수의 CDC를 묶어 ‘가용 영역(AZ·Availability Zones)’이라고 부른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만든 용어다. 여러 개의 AZ로 구성된 CDC를 뜻하는 ‘리전(Region)’도 AWS에서 시작된 단어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크게 기업이 DC를 빌려 쓰는 코로케이션 방식(상업용)과 직접 보유하는 엔터프라이즈 방식(비상업용)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6월 한국데이터센터 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선 엔터프라이즈(115개)가 코로케이션(43개)보다 많다.

다만 격차는 줄어들 전망이다. 직접 서버를 구축하고 관리할 때보다 비용이 싸고 관리가 편하기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같은 해 8월 삼성증권은 2023년 말까지 국내 DC는 205개가 가동되며, 이 중 코로케이션이 90개일 것으로 전망했다.

빅 테크, 시장 선점 위해 각축전…임차 의존도 높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정보 통신 기술(ICT)의 발전으로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자 기업들은 저마다 DC 설립을 서둘렀다. 이미 올해 1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 약 600여 개의 초대형 DC가 있다. 

운영 주체는 대부분 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클라우드 등 빅 테크(거대 기술 기업)다. 이들은 서버를 자사나 타 기업에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한다. 

앞서 언급한 빅3 중 가장 많은 리전을 갖고 있는 기업은 MS다. 올 1월 기준으로 MS의 리전은 60곳이 넘는다. AWS와 구글 클라우드는 24개를 운영하고 있다. AZ별로는 각각 77개, 73개다. 

다만 이는 정확한 수치가 아닐 수도 있다. AWS는 최근 연례 컨퍼런스에서 “다른 기업(MS)은 AZ나 리전에 대한 개념을 애매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만 AZ를 제공하기도 한다”며 MS가 밝힌 수치에 대해 지적했다.

한국에서 빅3는 자체 센터를 구축하기보다 국내 통신사와 전산 시스템 통합(SI) 기업의 상업용 DC를 임대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최근엔 코로나로 데이터 수요가 늘자 임대 규모를 늘리고 있다. 

‘동북아 허브’ 한국에도 DC 건립 속속…초대형 시설은 1곳뿐

그러면서도 빅3는 시장 선점과 향후 수요 증가를 염두에 두고 국내에서 일찍이 자체 센터 설립에 나섰다. MS는 서울∙부산에서 DC를 빌려 쓰다 2017년 부산에 자체 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 현재 건립을 진행 중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지난해 2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8번째로 국내에 ‘서울 리전’을 개설했다. LG유플러스의 논현∙평촌 DC까지 포함하면 총 3개의 AZ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 개소 전부터 삼성전자, 현대·기아차와 같은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구글 클라우드의 고객사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서비스하는 GS네오텍과 클라우드 기업인 베스핀글로벌 등 AWS의 협력사도 구글 클라우드의 파트너사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도 2019년 서울, 지난해 춘천에 리전을 개소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 중 초대형 CDC를 가장 먼저 만든 곳은 네이버다. 2013년 6월에 만든 ‘각(閣)’이 그 주인공이다. 축구장 7개 규모에 맞먹는 5만4229m² 부지에 만들었다. 고려시대에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던 ‘장경각’의 정신을 잇는다는 취지에서 이름 지었다. 네이버는 이후 6500억원을 들여 두번째 DC인 ‘각 세종’을 만들고 있다.

NHN은 지난해 6월 두 번째 CDC인 ’TCC2’와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경남 김해시의 약 1만m² 용지에 5000여억원을 들여 10만 대가 넘는 서버를 운영한다. 올해 착공을 시작해 내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SI 기업 중에선 롯데정보통신이 올 1분기(1~3월)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시에 네 번째 DC를 연다. 약 1만 7000m² 규모의 해당 건물은 올 2분기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AWS의 동북아시아 단독 CDC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 중에선 SK브로드밴드가 올 하반기 서울 가산동에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는 초대형 DC를 연다. 서울 서초구, 경기도 고양시와 성남시에 이어 네 번째 DC다. 약 5000억원을 투입한 해당 DC는 연면적 6만 9000㎡ 부지로 서울권 DC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는 초대형 DC는 지난해 11월 KT가 서울 에 문을 연 ‘DX IDC 용산’ 1곳이 전부다. 급증하는 데이터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초대형 DC의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DC 시장 규모, 2025년까지 5년 간 연 평균 27%↑

DC는 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위한 기반 산업일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력 장비 등 기반 산업의 수요 측면에서도 주목할 점이 있다. 

2016년 영국의 리서치 회사 테크나비오(Technavio)는 DC 관련 정보통신 장비(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시장이 5년 간 연 평균 1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DC 시장을 놓고 봐도 연 평균 성장률은 비슷하다. 2018년 테크바니오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집계 이래 DC 산업은 연 평균 10.2%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테크바니오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낸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까지 5년 간 약 27%의 연 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DC 시장 규모가 같은 기간 1076억달러가량 더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올해 성장률은 21%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34%의 성장률을 보이며 DC 산업의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왼쪽은 네이버가 2013년 6월에 만든 데이터센터 ‘각(閣)’. 오른쪽은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있는 ‘장경각’.
왼쪽은 네이버가 2013년 6월에 만든 데이터센터 ‘각(閣)’. 오른쪽은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있는 ‘장경각’.

미국∙중국, DC 성장 견인

이는 미국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시 애쉬번 지역에 빅3와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DC 전문 운영 기업인 에퀴닉스(Equinix), 동종 업계 회사인 디지털 리얼티(Digital Realty) 등 세계적인 회사의 초대형 DC가 몰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에서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트래픽(인터넷 사용량)의 70%는 해당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이외에도 ▲IoT 기술 발전 ▲MS 등을 중심으로 한 해저 광케이블망 확장 ▲지방 정부의 세제 혜택, 자금∙연구개발 지원과 같은 DC 유치 경쟁 등을 미국 DC 산업 발전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국내와 달리 코로케이션이 미국 DC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DC 시장 규모는 향후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 조사 기업 리서치앤마켓은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DC 인프라 시장이 2019~2025년 연 평균 약 6.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는 2300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미국 시장이 오는 2024년까지 7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DC 분야 투자가 급증하며 미국 시장 규모를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7월 쳰잔산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중국 DC에 대한 투자금은 7000억 위안(약 1119조25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에서 추진한 20년 단위의 초대형 프로젝트 ‘뉴 인프라 건설(新基建)’의 일환이다. 

이미 2019년 기준으로 중국의 DC 수가 7만4000천여 개(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의 23%)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경우 관련 시장은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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