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협력사 일야, 전년비 매출 88.7%↓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LG전자에 터치스크린패널(TSP∙Touch Screen Panel)을 납품하던 1차 협력사인 일야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급감하며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 LG전자가 지난달 말 ‘아픈 손가락’으로 품고 왔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2차, 3차 협력사의 도미노 피해가 우려된다.

5일 일야는 실적 악화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작년 매출(27억7810만원)이 전년(31억3434만원)보다 88.7% 하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4년 회사가 밝힌 지난해 목표 매출은 5000억원가량이었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16억147만원을 기록했다. 

LG전자의 1차 협력사인 일야가 최근 실적 악화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LG전자의 1차 협력사인 일야가 최근 실적 악화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회사 측은 “주요 매출처인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중단에 따른 거래 종료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이에 따라 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일야는 2013년부터 LG전자에 관련 부품을 납품하며 2016년에만 약 7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요 발주처인 LG전자의 주력 휴대폰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수출 영역을 확대하면서, 외장 케이스와 TSP의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일야는 인천 남동공단에 있던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2019년부터 LG전자의 주문량이 급감한데다 코로나까지 겹쳐서다. 

당시 회사는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생산라인의 베트남 이전에 따른 국내 발주량이 급감했다”며 “LG전자 매출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적자 지속으로 파트너쉽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공시했다. 

공장·설비 매각에도 회사의 영업이익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16억3012만원 ▲2019년 -43억7149만원 ▲2018년 -42억633만원 ▲2017년 -31억623만원이다. 

일야는 2017년부터 보이기 시작한 급격한 실적 감소에 전체 매출액 대비 LG전자의 비중을 같은 해 98.6%에서 2018년 2분기 93.5%로 낮추는 등 자구책을 강구해왔다. 그러나 LG전자의 실적 부진에 노후한 재고 자산(제품)이 증가해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손실이 이어졌다. 실제로 실적이 좋았던 2016년 전체 재고자산 연령은 6개월 미만이었지만, 이듬해엔 6개월 미만 13억5499만원(76.2%), 6개월~1년 미만 4억2200만원(23.8%)으로 급증했다. 

LG전자는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주요 패널 매입처로 토비스를 언급했다.
LG전자는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주요 패널 매입처로 토비스를 언급했다.

또 다른 패널 납품 업체인 토비스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6억5063만원을 기록했다. 2016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9억8434만원이었다. 회사는 최근 자동차 전장 디스플레이, 비접촉식 얼굴 체온계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재 하청 구조에서 이들 기업과 같은 1차 협력사의 일감이 없어지면 대기업인 ‘갑’이 있고, 그 아래로 원청·하청·재하청이 전면화된 하도급 ‘피라미드 구조’에서 2차, 3차 업체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본다. 이렇게 생겨난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의 협력업체는 수백개에 달한다. 

문제는 전속거래 관계의 1차 협력사보다 이들과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2차 이하 협력사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MC 사업부 철수에 따른 피해는 더욱 가중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를 인수하는 기업이 협력사를 승계할 가능성은 낮다. MC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고 축소할 가능성도 낮다. LG전자의 최근 실적 발표에 따르면 해당 사업부는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만 5조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지난 29일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MC 사업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MC 사업 철수로 3차 협력사가 폐업할 경우 근로자는 실업급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협력 업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협력사와 근로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기금을 마련하거나 전속거래 실태조사 또는 제도개선과 같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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