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장민주 기자] 테슬라가 올해부터 중국 배터리 업체 CATL(닝더스다이)로부터 모델3와 모델Y에 탑재할 4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LFP 배터리를 주문했다. 리비안도 전기트럭과 SUV에 LFP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EQA와 EQB 같은 비교적 저렴한 전기차 모델에 2024~2025년부터 LFP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렇게 기업들이 주목하는 LFP 배터리는 리튬·인산·철로 양극재를 만든다. 반면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을 조합해 NCM과 같은 삼원계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기술력으로 우위에 있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실제 삼원계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LFP 배터리는 주로 중국 후발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밀도가 낮아 자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업계에서도 삼원계 배터리를 LFP 배터리보다 진보한 기술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테슬라에 이어 리바안, 벤츠까지 왜 LFP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는 것일까.

불 날 걱정없는 LFP 배터리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삼원계 배터리 제조에서 필수 재료인 니켈 가격이 끊임없이 상승하면서 전기차 생산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LFP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흔한 철과 인산염을 사용해 가격과 수급에 문제가 없다.

또 LFP 배터리는 중국 내에서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성비를 선호하는 중국에서 특성화한 배터리다. 원자재 공급망 관련 시장조사업체 로스킬(Roskill)에 따르면 세계 LFP 배터리 가운데 95%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 삼원계 배터리보다 30%나 저렴해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이에 LFP 배터리는 주로 저가형 전기차에 쓰이며, 일명 가성비 배터리로 부른다.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LG엔솔의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13만 8324만 대 전기차가 배터리 안전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앞서 현대차 코나와 아이오닉,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메르세데스 벤츠, 스탤라티스, 폭스바겐은 이미 화재 위험 사유로 차량 리콜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LG엔솔은 GM에 20억 달러(약 2조 4280억 원)에 달하는 리콜 비용을 부담했다.

LFP 배터리는 방전 시 리튬이온이 빠져나가는 결정 구조에서 열화 현상이 적어 삼원계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낮다. 가격에 화재 안전성까지 높다 보니 세계적으로 LFP 배터리 인기가 오르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현재 LFP배터리는 주행거리를 400km가량 달성할 수 있다. 코발트와 니켈 등 삼원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을 사용해 가격에서도 우위에 있다"면서 "안전성에서도 강점이 있어 배터리 업체나 완성차 업체에서 안전사고를 대비할 충당금을 비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K배터리의 위기일까?

최근 LFP 배터리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오르면서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기준 CATL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34.4%로 27.5%를 차지한 지난해보다 6.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미미한 성적을 내며 1위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은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몇몇 기업은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를 제외한 LG엔솔과 SK온도 LFP배터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당분간 LFP 배터리가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배터리 가격 이슈가 크게 작용해, 보완적 측면에서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포트폴리오 다양화 측면에서도 테슬라와 더불어 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 산업이 미래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래 먹거리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LFP 기술 개발을 통해 삼원계에 비해 70% 수준까지 주행거리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한계점이 존재한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부피가 크고 무게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다. 결국 주행거리가 짧아 자주 충전해야 한다는 사실은 안고 가야 한다. 현재 중소형 차량에 주로 탑재하는 이유다.

또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성이 낮지만 100%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SNE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 BYD(비야디)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수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년 5월과 8월, 12월에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E5 순수 전기차와 전기버스 등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했다. 또 BYD 화재 사고는 올해 8월에도 일부 보고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LFP배터리도 화재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평가된다.

미래는 전고체 배터리, 여기에 집중해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FP 배터리보다 꿈의 배터리로 부르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확보가 더 중요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중 하나인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전해질은 폭발 위험성이 낮아 LFP 배터리보다 훨씬 안전하며 에너지 밀도가 더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배터리가 가진 용량 한계를 뛰어넘고 배터리 무게와 부피를 줄인다. 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고 주행거리도 배 이상 늘어나 그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LFP 배터리 도입 대신 기존 삼원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원자재를 확보하며 원자재 상승 이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정KPMG는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규모가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3억 달러(약 70조 원)를 기록한다고 분석했다.

홍민성 삼정KPMG 재무부문 상무는 “공급망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며 배터리 제조사, 자동차 업체 모두가 안정적인 리튬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라며 “원재료 가격 증가와 유치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배터리 순환경제는 원재료를 안정적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와 폐배터리 재활용 같은 미래적인 기술로 접근하는 것이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를 얼마나 빨리 양산할 수 있느냐가 원자재 상승이라는 악재를 이겨낼 수 있느냐 마느냐의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