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왕 엠앤앤에이치 대표 인터뷰

[테크월드=이혜진 기자] “투자자들은 우리가 얘기하면 안 믿는다. 그런데 애플은 믿는다”

민병왕 엠앤앤에이치(mn-nh)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요즘 올해 상반기에 생산될 예정인 애플 글래스와 관련된 신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실사를 기반으로 입체적인 영상을 입히는 볼류메트릭(Volumetric) 기술이 바로 그 것. 그에게 증강 현실(AR∙Augmented Reality) 안경과 관련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팁스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구매한 카메라들.

“앞으론 문자 알림 보기 위해 AR 안경 쓰게 될 것”

엠앤앤에이치는 볼류메트릭 기술로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스타트업 투자·육성 프로그램인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에 선정됐다. 지원금은 무려 5억 원.    

두 번의 고배를 마신 후 팁스에 선정된 이유는 볼류메트릭이 하이테크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기술은 혁신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며 관련 기업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다. 

민 대표는 “우리도, 벤처 캐피탈(창업 투자 회사)에서도 인정하다시피 애플 글래스가 안 나오면, 다 아무 의미 없는 짓”이라면서도 “애플이 유튜브에 광고 시장을 내줬는데 또 플랫폼을 뺏기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빼앗긴 광고 시장을 되찾기 위해 출시될 예정인 애플 글래스는 영화 '스파이더맨: 파프롬홈'에서 피터 파커가 토니 스타크에게 건네받은 증강 현실(AR∙Augmented Reality) 안경 '이디스'와 비슷한 제품이다. 이 안경은 홍채 인식으로 피터가 주인임을 확인한 후 음성 지시대로 피터 친구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문자 내용을 그가 볼 수 있게 렌즈 화면에 올려준다.

AR 안경을 쓰면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반문에 민 대표가 강조한 기능도 바로 문자 알림 서비스다. 그는 “그렇게 따지면 스마트폰도 아직 안 쓰는 사람들이 있다”며 “앞으로 사람들은 문자 알림을 보기 위해 AR 안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AR 안경은 사용자의 눈 앞에서 바로 문자와 이미지를 뜨게 해 스마트폰처럼 진동음이 없어도 빠른 정보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이에 일부 산업 현장에선 AR 안경을 도입, 오작동하는 기계를 신속하게 고치는데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의 두 손을 자유롭게 해 멀티 태스킹(동시 작업)을 돕는다는 점도 AR 안경만의 장점이다. 

그는 “(애플 글래스에 적용될) 볼류메트릭 기반의 영상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우리 회사가) 수익을 바로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벤처 캐피탈의 입장에선 굉장히 고위험 투자”라면서도 “애플 글래스가 나오면 가장 큰 시장인 광고 플랫폼이 스마트폰에서 AR 안경으로 넘어가 관련 콘텐츠 제작이 많이 시도될 것이다. 걸어 다니려면 광고를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안경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 투자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엠앤앤에이치는 지난해 12월 해당 기기에 적용할 영상 콘텐츠를 위한 자체 스튜디오를 서울 성수동 본사에 차렸다. 티엔앰테크에 관련 기술을 제공해 부산에 촬영용 카메라 기반의 ‘한-아세안 볼륨매트릭 스튜디오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는 “(AR 안경에 들어가는 입체 영상에 필요한) 실사 콘텐츠 촬영은 이런 곳에서만 할 수 있다”며 “광고, 뮤직비디오 등 AR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의 여러 기업에서 시범 단계의 사업에 (우리 회사와의 계약을) 검토하거나 이미 콘텐츠를 기획해서 촬영하고 있다. 저희 사업 모델(실사를 직접 촬영하거나 볼류메트릭을 광고 제작사에 공급하는 형태)과는 상관없지만 관련 사업에 대한 고객사의 실적은 이미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팁스에서 받은 지원금 중 3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약 1억 6000만 원)을 스튜디오에 쓸 카메라를 사는데 투자했다. 무려 개당 520만 원짜리의 카메라 32개다. 

엠앤앤에이치가 개발한 볼류메트릭 기술이 적용된 사례.

“카메라 구입에 충분한 지원금 받지 못했다면 투자 받지 않으려 해”

해당 카메라는 소니의 스튜디오에서도 사용할 만큼 고품질의 영상을 촬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부 국내 신생 벤처기업에서 소형 촬영기기인 고프로(GoPro)를 쓰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광고 제작사가 원하는 수준의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카메라 개수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과감한 투자다. 국내 최대 통신 회사인 SK텔레콤이 최근 자체 볼류메트릭 스튜디오(점프스튜디오)에 다른 기업의 기술을 기반으로 106대의 카메라를 도입한 사실을 감안하면 그렇다.

그는 “(팁스에서) 카메라 구입에 충분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면 차라리 투자 받지 않으려고 했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카메라 구입 비용을 제외한 금액 중 2억 5000만 원은 스튜디오 공간 마련을 위해 지출했다.

다만 여러 카메라를 마련해도 여러 가지의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우선 많은 카메라를 동기화하거나 동시에 모니터링하기 어렵다. 또 볼륨메트릭 영상을 제작할 때 카메라 렌즈의 구성과 배치, 영상 처리 알고리즘에 따라 실사의 형상이 왜곡되는 등 콘텐츠의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또 초당 60프레임(화면을 구성하는 단위) 이상의 부드러운 영상을 만들려면 많은 연산량이 필요하다. AR∙가상 현실(VR∙Virtual Reality)∙혼합 현실(MR·Mixed Reality) 환경에서 기존 2D 실사와 비슷한 품질을 구현하려면 약 67배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지난해 마련한 성수동 본사 스튜디오 내부. 

볼류메트릭 관련 솔루션 만들 계획

이외에도 관련 콘텐츠를 보호하고 원활하게 배포∙유통하기 위해선 서버로부터의 영상 스트리밍을 위한 압축∙전송∙복원 기술이 중요하다. 민 대표는 기존에 있던 관련 기술에서 AR 기술을 추가로 개발해 이 같은 장벽을 극복했다. 연세대학교 전기전자 공학부를 졸업한 후 다닌 기업에서 카메라 프로세서를 설계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팁스에서 받은 돈을 볼류메트릭 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 내년까진 해당 기술을 전송하는데 필요한 솔루션을 만드는데 사용할 방침이다. 

솔루션엔 콘텐츠 촬영∙생성∙압축∙스트리밍∙배포를 위한 기능이 들어갈 예정이다. CG 촬영 기술을 고도화하는 기술도 제공된다. 또 AR∙VR∙MR 관련 기기의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Software Development Kit)도 포함할 계획이다. 

촬영은 스튜디오 가운데에 실사를 놓은 상태에서 카메라를 둘러가며 진행한다. 그러면 실사를 얇은 선이 씨줄과 날줄처럼 꿰어진 모습으로 재현하는 ‘3D 메시(Mesh)’ 기술에 높은 수준의 질감을 구현하는 ‘3D 텍스쳐(Texture)’를 더해 입체적인 영상을 합성할 수 있다. 완성된 콘텐츠는 사용자의 실시간 상호작용에 제약이 없어 AR 안경뿐만 아니라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CG 제작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민 대표의 목표는 회사를 AR 콘텐츠 리딩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할리우드가 실리콘밸리의 첨단 촬영 제작 기술로 콘텐츠∙미디어 업계의 중심지가 됐듯 우리나라에서도 기술 벤처와 콘텐츠 제작 기업이 힘을 모아 AR 콘텐츠 시장을 이끄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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