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레벨3 양산·레벨4 실증 돌입하나 안전성 평가 기준은 모호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은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까?

 

충북대학교 스마트카연구센터장 기석철 교수

충북대학교 스마트카연구센터에는 7명의 교수진과 약 40여 명의 대학원생들이 자율주행 센서 인지기술, 인공지능(AI) 판단기술, 안전제어 기술, 초고속 통신 기술, 딥러닝 기술, 가상·실차 시뮬레이션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만도에서의 연구 경력에 기반해 스마트카연구센터장을 맡은 기석철 교수와 서면, 전화 인터뷰를 통해 2021년 자율주행 산업을 조망해봤다.

 

Q. 총 295억 원이 투입되는 자율주행차 지역 테스트베드가 충북대학교 오창 캠퍼스에 구축된다. 가칭 C-트랙(C-Track)으로 불리는 이곳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C-트랙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센서, 부품, 통신 단말, 지능형 소프트웨어 등의 단위 기술부터 자율주행 통합시스템까지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다.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대학, 연구소, 중소 벤처기업들이 서로 협업하면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개형 협력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존 성능시험장은 자동차 관련 기업의 제품 인증이나 양산 검증을 위해 많이 사용됐다. 양산 업체는 신기술 테스트에 있어 보안 유지를 원하기 때문에 경쟁사는 어떤 실험을 진행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차량 테스트도 중요하지만 부품이나 센서 소프트웨어 테스트가 더 많이 이뤄진다. 현대자동차와 같이 완성차를 연구하는 곳은 자체적으로 검증하기 때문에 외부의 테스트 트랙을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대학 연구소나 벤처기업은 트랙을 가지기 어렵다. 이번 C-트랙에서는 차량, 센서 등이 제공돼 소프트웨어를 가져오면 아이디어 수준의 기술도 테스트해볼 수 있게 된다. C-트랙은 업체의 제품 양산·검증보다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선행기술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비용 측면에서는 영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운영비용을 통해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테스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충북 자율자동차 테스트베드(C-Track) 조감도

 

Q. 삼성전자와 만도에 있을 때 영상인식 기술 기반 소프트웨어, 자율주행차 센서, 제어기기 등에 관해 연구·개발한 것으로 안다. 자율주행을 위한 다양한 센서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모든 센서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특정 센서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융합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센서의 기능 확장성 측면에서 보면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순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카메라는 차선, 신호등, 보행자, 차량 등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 많다. 그러나 라이다는 인식 대상이 카메라 대비 50%밖에 되지 않고, 레이더는 그보다 적다. 레이더는 인식 대상이 승용차인지 이륜차인지 구분하는 것도 아직 어려운 수준이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강인성 측면에서 본다면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순서다. 레이더는 눈·비가 오나 낮·밤에 관계없이 언제든 대상을 잘 찾아낸다. 물론 대상을 단순하게 감지할 뿐이다. 그러나 카메라는 빛이 없으면 찾기 어렵고, 흔들림이나 차의 진동, 빠른 속도 등의 상황에서 대상 인식이 어렵다. 또한,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성능이 많이 떨어질 수 있다.

전자파에도 간섭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센서마다 노이즈의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센서라 전자파에 특히 취약하다. 라이다는 직진성이 좋은 레이저 광원을 이용하지만, 공기 중에 물방울이나 초미세먼지가 많으면 산란이 많이 일어난다. 카메라 역시 기상 상황이나 어둠에 취약하다.

센서 양산 가격 측면에서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순으로 매길 수 있다. 라이다의 가격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른 센서 대비 10배 이상 높은 편이다. 시장에서 많이 사용될수록 가격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아무리 세탁기를 많이 생산해낸다고 해도 믹서기보다 싸게 제작할 수는 없듯이 라이다는 그만큼 구조가 복잡하고 비싼 부품이 많이 탑재된다. 카메라와 레이더는 이미 수백만 대씩 양산되고 있으며, 라이다는 이제 양산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술의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도 향후 가격 순서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Q. 과거 세미나에서 자율주행차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로는 차량용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 AI 모델 안전성 검증 방법의 모호함을 꼽을 수 있다.

독립적인 단말기로 볼 수 있는 자동차에 알파고를 실행시킬 만한 커다란 AI 서버나 컴퓨터를 싣고 다니긴 어렵다. 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를 작은 컴퓨팅 보드로 만든다고 해도 성능적인 한계가 있다. 칩 하나가 상당한 AI 성능을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통신이 발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차량 외부의 서버와 데이터를 매우 빠르게 주고받으면 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통신과 반도체 두 분야 모두 발달해야 한다.

AI 모델의 안전성 검증 방법의 모호함에 대해 설명하자면, AI가 만능은 아니기에 틀리는 순간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시스템에서는 틀릴 경우 다시 실행하면 되지만, 자동차는 심각한 사고를 일으킨다. 그래서 안정성 검증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자율주행차 회사는 경영상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AI가 왜 틀렸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검증 방법만으로 해결법을 찾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졌을 때, 다음 경기에서 알파고가 이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를 더 많이 학습시키면 더 똑똑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새로운 데이터를 학습시킨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인공지능 소사이어티에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XAI)’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 이는 단계적인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차량 데이터 활용 문제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형식의 표준화, 데이터 어노테이션(Annotation), 통신 부하, 데이터 보안 등의 이슈도 남아있어,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시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Q. 자율주행차 표준은 대부분 미국,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관련한 국내 차량 산업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자율주행 관련 표준, 핵심 센서, 부품 기술에 있어 국내 기술 수준이 아직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대기업의 대규모 R&D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대학에서는 우수 연구 인력이 육성되고 있다. 핵심 기술에 기반해 기술 벤처 창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KPMG 보고서에 의하면 자율주행 산업의 준비지수(Readiness Index)는 2019년 전 세계 13위에서 2020년 7위 수준까지 상승했고, 이런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는 한국의 전략 산업이자 주력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후방 산업도 크게 발달해 있다. 예를 들면, 주유소, 세일즈맨, 보험 판매사, 카센터 등 관련 분야 종사자는 국내 봉급생활자의 약 20% 이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뒤처지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이끌어나가야 한다.

 

Q. 중국은 정부의 기술 주도하에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유동적으로 적용해가며 과감한 투자를 보이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차 생산·소비 부문에서 전 세계 1위 국가였다. 중국 정부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 자율자동차 등에 과감히 투자해오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로봇 택시(Robot Taxi) 서비스가 운행되고 있고, 바이두(Baidu)를 비롯한 중국의 투자를 받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미국 서부에서 대규모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중국이 선도적인 위치를 점유하는 것은 이미 예견되는 부분이다.

한국 자동차 업체 매출의 30% 이상은 중국이다. 자율주행에서도 이 이상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가야 한다. 현 시장에서 신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당분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할 것으로 보이나, 시간문제일 것이다. 중국이 스마트폰 등의 측면에서 앞선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은 만큼 자동차 산업에서도 그런 상황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Q. 우리 정부도 디지털 뉴딜 공표, 미래자동차산업과 신설 등 스마트카 관련 사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에 정책적으로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2021년부터는 1조 원 규모의 자율주행 혁신 개발 사업이 범부처 차원에서 착수된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사업단이 조직되고, 약 80개 이상의 연구과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 한국 수준이면 정부와 기업의 정책·사업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 현재 국가 수준에 비해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걸 얼마나 효율성 있게 끌고 가느냐가 쟁점이다. 투자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

과거 우리 정부의 자율주행 연구개발사업은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추진해 중복과 경쟁으로 소모적인 부분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자율주행은 교통의 문제이기에 국토교통부, 국가 주력 산업이다 보니 산업통상자원부, 통신과 보안 기술이 중요하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증과 단속의 대상이기에 경찰청, 이어 중소기업벤처부도 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국가적인 경쟁력을 갖추고자 범부처 사업이 기획된 만큼, 효율적이고 국제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추진하기를 건의한다. 형식적인 개편이 실질적 개편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Q. 2021년 자율주행차 산업은 어떻게 흘러갈까?

올해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레벨3 차량의 양산이 시작되고, 레벨4 자율주행 서비스 실증사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의 자세한 상용화 시기는 주행 레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가 2022년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레벨3 자율주행차와 혼다(Honda)가 올해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레벨3는 다른 수준의 기술일 수 있다. 레벨을 정하는 잣대가 상당히 단순하기 때문이다.

레벨 3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야 하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말한다. 그런데 운전자가 운전해야 하는 순간의 기준이 애매하며, 이마저도 업체마다 다른 상황이다. 자율주행으로 운행할 수 있는 구간을 ODD(Operational Design Domain)라고 하며, 어떤 ODD를 갖느냐에 따라 기술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산업부는 미래자동차산업과(이하 미래차과)를 신설하고 국토부는 자율주행 사고조사위원회를 본격 출범할 것이다. 범부처 자율주행 사업단의 조직과 자율주행 혁신사업 과제들도 착수된다. 자동차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부품 상용화와 고도화된 기능을 탑재한 자율주행차 출시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이처럼 2021년은 정부의 전략적 투자가 집중되고, 기업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1년 1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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