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엔비디아-AMD, 제일 강자를 향한 몸집 불리기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2020년은 테크 자이언트들의 인수 릴레이가 이어진 한 해였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고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고 AMD가 자일링스를 인수했다. 메모리 부문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업체인 ADI도 맥심 인터그레이티드를 25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세상 혹은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프로세서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일까? 프로세서 3강 기업이 올해 발표한 제품과 기술을 통해 되짚어 봤다.

 

차세대 그 다음을 노리는 인텔

모아보는 2020 인텔의 주요 발표

올해 인텔(Intel)이 새롭게 선보인 기술들을 살펴보면 차세대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이 아닌 그다음의 기술로 볼 수 있겠다. 양자컴퓨팅에 사용되는 ‘호스 리지(Horse Ridge)’ 칩은 작년 말 처음 공개됐으며 이에 대한 기술이 조금씩 공개됐다. 호스 리지는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제어 칩으로 양자 컴퓨팅 냉장고 속에서 큐비트(양자 컴퓨팅의 기본 단위)를 제어하는 무선 주파수 프로세서의 역할을 한다.

뉴런 1억 개와 맞먹는 연산 능력을 가진 ‘포호이키 스프링스(Pohoiki Springs)’ 프로세서도 공개했다. 이는 일반 서버 5대의 크기의 섀시 내에 로이히(Loihi) 뉴로모픽 연구 칩 768개를 탑재하고 있다. 인텔은 이를 통해 기존 프로세서 대비 최대 1000배 빠르고 1000배 효율적인 데이터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존 프로세서 라인에도 새로운 세대 발표를 통해 변화를 줬다. 인텔 하이브리드 기술(Intel Hybrid Technology)로 구현된 코어 프로세서인 ‘레이크필드(Lakefield)’는 대기전력을 기존 Y-시리즈 프로세서 대비 91%나 낮춘 제품이다. 저전력 수요에 맞춰 성능을 극대화한 제품으로 보인다. 이는 레노버의 씽크패드 X1 폴드와 삼성전자 갤럭시 북 S에 장착되는 등 폴더블·듀얼스크린 제품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로는 10세대 인텔 코어 H 시리즈가 출시됐다. 이중 가장 우수한 성능 모델인 i9-10980HK는 최대 5.3GHz 주파수를 지원해 주목받은 바 있다.

 

포호이키 스프링스를 탑재한 나후쿠(Nahuku) 보드

워크스테이션이나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Xeon Scalable) 프로세서(코드명 아이스레이크)’도 공개됐다. 이는 1세대 제품 대비 평균 성능은 1.36배, 비용 대비 성능은 1.42배 우수하다.

인텔은 내년 1분기에 11세대 인텔 코어 S 시리즈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로켓레이크 S(Rocket Lake S)’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월 중으로는 CPU, GPU, FPGA 등을 아우르는 XPU 개념을 내세우며 이를 모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원API(oneAPI)’를 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모빌아이에 이어 올해 무빗(Moovit)을 약 1조 1000억 원에 인수한 인텔은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꾸준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모빌아이가 독일의 독립 기술서비스 제공사인 기술감독협회(TÜV SÜD)로부터 자율주행차(AV) 시험허가 권고를 받아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돌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10월 말 인텔의 메모리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10조 원에 인수한다고 알렸다. 메모리 중에서도 낸드 플래시 부문에서는 큰 강세를 보이지 못했던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로 2위로 껑충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텔이 경쟁사인 AMD의 위세에 밀리자 기존 CPU 등의 프로세서 사업에 다시 집중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키우고 또 키우는 엔비디아

모아보는 2020 엔비디아의 주요 발표

엔비디아(Nvidia)는 그 누구보다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로세서 성능도 AI 연산 성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단순한 스케치를 사실적인 풍경 이미지로 바꾸는 AI 기반 아트 툴이나 코로나19 환자의 산소 요구량을 예측하는 AI 모델 등 다양한 AI 기술도 상당수 선보이고 있다.

AI만큼이나 크게 투자하고 있는 분야가 데이터센터다. 엔비디아는 올해 멜라녹스(Mellanox)와 큐물러스 네트웍스(Cumulus Networks)를 차례로 인수하며 데이터센터 로드맵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멜라녹스는 큐뮬러스는 네트워크 스위치용 운영체제 큐물러스 리눅스(Cumulus Linux)를 이용해 130여 개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멜라녹스의 주요 기술인 ‘인피니밴드(InfiniBand)’ 기술을 고도화한 ‘엔비디아 멜라녹스 400G 인피니밴드(NVIDIA Mellanox 400G InfiniBand)’를 공개한 바 있다.

올해 엔비디아가 주력한 분야는 바로 데이터센터용 GPU다. 스케일러빌리티(Scalability)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새로운 아키텍처 ‘암페어(Ampere)’는 크고 작은 워크로드와 가속기 수요에 대응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 이에 기반해 처음으로 발표된 GPU는 A100이다. 3세대 텐서 코어(3rd Gen Tensor Core)를 탑재한 A100은 312테라플롭스(TFLOPs)를 피지컬로 연산해내며, 딥러닝 학습·추론 측면에서는 기존 V100 GPU 대비 연산 능력을 20배 끌어올렸다. 10월에는 암페어 아키텍처에 기반한 GPU 엔비디아 RTX A6000와 A40도 새로 공개됐다.

 

엔비디아 A100 GPU

A100 텐서 코어 GPU 8개를 통합한 엔비디아의 3세대 DGX ‘엔비디아 DGX A100’도 소개했다. 각 GPU가 40GB를 제공해 서버 하나가 총 320GB의 GPU 메모리를 가지며, 이전 세대 대비 1배 큰 NV스위치 대역폭을 지원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CPU는 AMD Rome 7742다.

이를 한층 확장한 것이 ‘엔비디아 DGX 슈퍼POD(SuperPOD)’다. 엔비디아 DGX A100로 구성된 DGX 슈퍼POD 시스템은 스웨덴의 린셰핑대학교와 인도 전자 정보 기술부 산하 고급 컴퓨팅 개발 센터 C-DAC에서 활용되고 있다. 각 시스템에 집적되는 엔비디아 DGX A100 수는 각각 60개, 42개다.

자율주행 부문도 협력과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BMW는 엔비디아의 ‘아이작(Isaac)’ 로봇 플랫폼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와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정의 아키텍처 개발 협력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지난 11월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를 포함해 2022년부터 출시될 전 차량에 엔비디아의 드라이브가 적용된 인포테인먼트와 AI 플랫폼을 채택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하반기에 무엇보다 가장 큰 소식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 건이었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인수가 반도체 업계 내에서 엔비디아의 입지를 독보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며 향후 Arm 운영에 대한 공정성을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속 챙기는 AMD

모아보는 2020 AMD의 주요 발표

AMD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패스마크 소프트웨어(PassMark Software)에 의하면 11월 기준 올해 3분기 x86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CPU 시장에서 AMD가 37.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62.7%다. 특히, 데스크톱용 CPU 부문에서는 AMD가 47.9%, 인텔이 52.1%를 기록해 바짝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트북이나 서버 시장에서는 아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로 게임용 프로세서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는 AMD의 올해 발표를 살펴보면 데스크톱 프로세서가 주를 이룬다. 올 초 CES2020에서 공개한 라데온(Radeon) RX 5600는 데스크톱·모바일용 GPU로 고대역폭 PCIe 4.0 기술과 고속 GDDR6 메모리를 지원해 우수한 성능을 나타낸다.

이어 GPU 부문에서는 라데온 RX 6000 시리즈도 공개됐다. RX 6000 시리즈는 AMD의 최신 아키텍처인 최신 RDNA2 아키텍처에 기반해 구현되며 TSMC의 7nm 공정으로 제작된 제품이다. 이는 1세대 RDNA에 기반한 RX 5700 XT 대비 2배가량의 성능 개선을 이뤘으며, 전력효율을 30% 높였다. 또한, 4K나 1440p의 고화질 데이터에 적합한 캐시 메모리를 제공하는 인피니티 캐시(Infinity Cache) 성능과 CPU 처리를 가속화하는 스마트 액세스 메모리(Smart Access Memory) 성능도 함께 제공한다.

 

AMD 라데온 RX 6800 그래픽 카드

하이엔드 데스크톱을 위한 프로세서인 ‘라이젠 스레드리퍼 3990X(Ryzen Threadripper 3990X)’로 출시됐다. 이는 기본 클럭 2.9GHz, 최대 부스트 클럭 4.3GHz를 가지고, 최대 메모리 속도 3200MHz의 DDR4가 적용돼 비디오 등의 콘텐츠 작업에 적합한 제품이다. 하반기에는 기업용 제품으로 ‘라이젠 스레드리퍼 PRO(Ryzen Threadripper PRO)’ 라인업도 강화했다.

7nm 공정에 기반한 라이젠 9 4000H 모바일 게이밍 프로세서도 추가됐다. 이는 3.3GHz 베이스 클럭, 4.4GHz 부스트 클럭 등으로 우수한 게이밍 성능을 지원한다. 3세대 AMD 라이젠 데스크톱 프로세서 제품군도 확대됐다. 10월에는 신형 ‘젠 3(Zen 3)’ 아키텍처에 기반한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발표한 바 있다.

모바일 부문도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2월에는 x86 8코어 울트라씬 노트북용 프로세서로 AMD 라이젠 4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제품군을 공개했으며, 6월에는 애플의 신규 맥북 프로 16인치 모델에 라데온 프로 5600M 모바일 GPU가 탑재됐다고 알린 바 있다.

AMD도 올해 큰 인수 건을 진행했다. 바로 39조 원에 자일링스를 인수한 것이다. 자일링스의 강점인 FPGA와 적응형 SoC 기술이 AMD의 새로운 제품 영역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AMD 리사 수(Lisa Su) CEO는 “자일링스 인수는 AMD가 고성능 컴퓨팅의 리더이자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여정의 다음 단계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12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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