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nm로 자연의 색 담는 QD, 안정성·공정은 여전한 과제

[테크월드=선연수 기자] QLED와 OLED는 LCD를 대체할 고급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QD를 적용한 LCD인 QD-LCD 기술을 QLED 명칭으로 제품 마케팅을 펼치면서, LG전자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 회사의 디스플레이 기술 공방전처럼 번졌던 사건은 지난 6월 서로에 대한 소송 취하로 마무리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곽정훈 교수

디스플레이 업계의 뜨거운 감자이자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QLED 기술이 실제로 구현되기까지 얼마나 남은 것일까? QLED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곽정훈 교수를 만나 QD와 QLED 기술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Q. 현재 대학에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QLED 소자의 효율과 수명 향상 연구, QD 패터닝 공정 연구, 잉크젯 OLED 안정성 향상 연구, 유기열전소자를 이용한 발전기와 온도센서 응용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퀀텀닷(QD) 기술로는 QD-LCD, QD-OLED, QLED 등 다양한 기술들이 있으나 주로 QLED를 연구하고 있다.

QLED를 제외한 QD-LCD, QD-OLED 기술은 청색 빛을 QD에 비추면 QD가 이를 흡수하고 다시 방출해 색 표현력을 높이는 컬러 컨버전(Color Conversion)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소재 자체의 성능이 주도하는 기술이다. 이와 다르게 QLED는 전자 공학적인 측면에서 발광 소자에 초점을 맞춰 연구되는 분야다.

 

Q. 디스플레이 업계의 화두였던 QLED 기술이 궁금하다. 그 전에 QLED에 적용되는 QD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QD(Quantum dot, 퀀텀닷)는 결정질 반도체 소재다. 기존에 사용되던 실리콘(Si) 반도체나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반도체는 보통 마이크로미터(µm) 이상의 크기(Scale)를 가진다. 이런 반도체들은 물질에 따라 고유한 밴드갭 값을 가진다. 예로, 실리콘은 1.1일렉트론볼트(eV)로 고정돼 있다. 이 크기를 훨씬 줄여 엑시톤 보어 반지름(Exciton Bohr radius)보다 작아지게 되면, 전자는 그 작은 공간 안에 갇히게 된다. 수 나노미터(nm)에서 수십nm가량의 크기 내에서 전자의 움직임이 제한되며, 이를 양자구속효과라 부른다. 3차원 공간의 모든 방향에 대해 이렇게 작아진 물질을 QD라고 칭한다. QD의 크기에 따라 전자의 양자구속효과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밴드갭도 달라지게 된다[그림 1].

 

[그림 1] QD의 크기에 따라 밴드갭과 발광 파장이 달라진다 (자료=서울대학교 곽정훈 교수)

QD를 만드는 합성과정은 마치 백반 결정을 만드는 실험과 비슷하다. 백반을 녹인 물에 막대나 실을 넣어두면 결정이 생기고 점점 커지는 것처럼 QD도 시드(Seed) 결정이 생기고 서서히 크기가 자란다. 이때 시간, 농도, 온도 등의 조건을 조절해 물질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다. 크기가 작을 수록 양자구속효과가 강해져 밴드갭이 더 커진다. 양자구속효과로 인해 QD는 발광스펙트럼의 선폭이 매우 좁아지고, 이는 더 진하고 선명한 색을 표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QD의 특성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등에 필요한 다양한 색을 발하는 QD를 만들 수 있다. 크기에 따른 발광 색깔은 소재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7~8nm 정도의 크기면 적색광 영역의 색을 얻을 수 있으므로 보통은 수nm 정도의 크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LCD 디스플레이에서는 적색광(R), 녹색광(G), 청색광(B) 중 적색광과 녹색광의 표현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예를 들어, 우리가 LCD 모니터로 보는 RGB 색상 중 R과 B값이 0인 기본 ‘녹색’은 선명한 초록이 아니다. 게다가 디스플레이 기술에 따라 색상 차이가 커 모니터,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비교해보면 모두 다르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QD는 기존의 LCD 디스플레이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녹색과 적색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강점을 가진다. 전시회에서 QD 기술 시연에서 녹색과 적색을 주로 보여주는 이유는 이 까닭이다. 다만, 적색은 사람의 눈이 녹색만큼 예민하게 구별해내지는 못해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Q. QD에도 QLED, QD-LCD, QD-OLED 등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각각 어떤 기술인가?

먼저, QLED 명칭으로 판매되는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명확히 말하자면 QD-LCD 기술이다. QD-LCD는 이미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을 통해 시중에 출시돼 있으며, 이 외의 기술은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진 못한다.

 

 

[그림 2] LCD와 QD-LCD의 스펙트럼 선폭 차이 (자료=서울대학교 곽정훈 교수)

QD-LCD는 기존 LCD에 녹색·적색 QD가 집적된 필름 한 장이 더해진 기술이다. 또한, LCD는 백라이트로 백색 LED를 쓰는데 QD-LCD는 청색 LED를 채용한다. 백라이트로 사용하는 백색 LED는 [그림 2]에 나타난 것처럼 녹색과 적색이 혼합된 황색이 섞인 스펙트럼을 갖기에, 컬러필터를 통과해도 녹색과 적색의 선폭이 넓다. 반면 QD-LCD에서는 청색 백라이트의 빛을 흡수한 녹색 QD와 적색 QD가 각각 좁은 선폭의 고유한 녹색과 적색을 발광해 선명한 색을 구현한다. 이는 폼팩터를 교체하지 않아도 돼 다른 QD 디스플레이 대비 기술 난이도가 낮아 제품이 일찍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QD 디스플레이 기술 종류(QD-LCD, QD-OLED, QLED) (자료=서울대학교 곽정훈 교수, 테크월드 재가공)

QD-OLED는 전체 화소를 청색 OLED로 형성하고, 이 위에 녹색과 적색의 QD 층을 각각 형성해 청색을 녹색이나 적색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컬러 필터 없이도 색을 구현할 수 있고, 대형 OLED 공정에서 발생하는 마스크 정렬 이슈를 피해갈 수 있다. 기술 구현이 된다면 우수한 색 표현력을 보이겠으나, 아직 OLED 위에 퀀텀닷 층을 형성하는 양산 공정이 시도된 바는 없다.

QD-OLED와 비슷한 방식으로 QD-LED 디스플레이 기술도 있는데, 이는 OLED가 아닌 기존에 사용되던 GaN(갈륨나이트라이드) LED에 QD 층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QLED는 백라이트 없이 QD가 직접 전기발광하는 기술로, QD로 전자·정공을 주입해 구현된다. OLED와 유사한 작동(Operation)구조를 가지며, 발광층으로 QD를 택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OLED의 특징과 장점을 QLED도 그대로 갖게 된다.

 

Q. 그럼 QD를 쓴 QLED 기술은 OLED와 비교해 어떤 강점을 갖는가?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색 표현력이다. OLED와 비교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용 OLED와 TV용 OLED 기술을 분리해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양산하는 대형 OLED 패널은 백색 OLED 화소에 컬러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이며, 모바일용 OLED의 경우 광학 공진 구조를 채택해 선폭이 더 좁게 구현돼 있다. 둘 다 LCD에 비해 우수한 색감을 나타내지만, UHDTV에서 규정(BT. 2020)을 만족하기엔 다소 역부족이다.

앞서 말했듯 색공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R, G, B 각 광원의 스펙트럼 선폭은 좁을수록 색 표현에 유리한데, QD와 같이 대량생산이 검증된 소재 중 좁은 선폭을 만족시키면서도 성능과 공정성을 확보한 다른 자발광용 소재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OLED와의 비교에서도 QLED는 색 표현력 측면에서 기술적 강점을 가질것으로 보인다.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QD는 유기소재에 비해 합성이 간단하고 대량생산이 용이해 소재의 가격 우위를 가진다.

다만, 아직 생산이 어려운 비카드뮴계 QD는 삼성전자 수준의 품질로 대량 생산해내는 다른 업체가 없어서 현재 QD 단가가 높은 편이나, 장기적으로 대량 생산 기술이 확보된다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QD층 형성에는 잉크젯 프린팅과 같은 용액공정을 이용하거나 종이에 사진이나 문서를 인쇄하는 것처럼 QD를 화소에 배열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QLED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다. 진공증착을 하는 OLED보다 재료 소모가 훨씬 줄어 공정 비용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잉크젯 프린팅의 해상도는 200ppi 전후로 알려져 있으며 화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대형 TV 등에 먼저 적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500ppi 이상의 고해상도가 요구되는 모바일용 디스플레이는 아직 확답이 어렵다.

 

Q. 가격 경쟁력도 있고 색 표현력도 좋은 QLED가 아직 대량 생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소재와 소자의 안정성이 낮은 문제가 가장 크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변 공정 기술도 부족하고 풀컬러 구현을 위한 QD 패터닝 기술도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QLED는 기술적으로도 연구 수준으로도 OLED의 초창기 수준이다. 특히, 안정성 측면에서는 OLED와는 또 다르게 해결돼야 할 문제점들이 있으므로, 당장에 상용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소재, 소자 등의 기초기술부터 패널, 공정 등 응용 기술이 모두 발전해야 하므로 대량 생산 시기를 짐작하는 게 쉽지는 않다. 짧으면 2~3년 내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있으나, 조금 보수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5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용액 공정으로 이뤄지는 솔루블 OLED(Soluble OLED) 기술이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면, 비슷한 공정을 거치는 QLED의 실현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솔루블 OLED가 대량 생산 기술 개발에 성공한 시점에 QLED 기술도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면, 솔루블 OLED 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QLED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곽 교수는 중국과의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에 대해 “OLED 분야도 중국이 노력하고 있는 분야이며, OLED를 잘한다면 QLED를 잘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Q. LCD 디스플레이 시장은 이제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QD-LCD 기술에 한정해서 본다면, 기술 격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국내, 미국, 유럽 시장에서는 삼성의 QD-LCD가 거의 독보적으로 해당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는 중국 업체들이 내놓은 QD-LCD 제품도 상당히 출시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QD 내 카드뮴 사용량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대부분의 제품은 카드뮴을 포함한 QD로 제작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카드뮴 QD가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로하스(RoHS)의 규제에 따르면 카드뮴은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100ppm 이하로 제한적인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많은 중국 업체들이 이 수준 내로 기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QD-LCD 제품 출시를 앞둔 업체도 많다.

OLED 분야도 중국이 노력하고 있는 분야로, OLED를 잘한다면 QLED를 잘하지 말란 법도 없다. 중국은 QLED 패널을 제작해 데모를 시연하기도 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역시 QLED 기술은 당장에 LCD나 OLED를 전면적으로 대체할 만큼의 주력 기술보다는 그다음 세대의 기술로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마이크로 LED다. QLED와 이 기술을 비교한다면 어떤가? 그리고 QLED가 목표로 삼는 시장도 궁금하다.

마이크로 LED(Micro LED)는 셀 각각을 하나의 LED로 구현하는 것인데, 수십만 개의 초소형 LED 칩을 웨이퍼에서 패널로 트랜스퍼하는 과정에서 불량 화소(Dead pixel)를 최소화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QLED의 경우, 솔루블 OLED 기술이 구현되는 속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솔루블 OLED는 꽤 오래 연구돼 온 분야고 관련 소재도 많이 존재하는 상황이라 양산 수율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안정성이나 품질 기준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에 맞추다 보니 공개 시기가 늦춰지는 영향도 있다.

옥외 광고 등 초대형 디스플레이 부문은 미니 LED가 선전하고 있고,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부문은 디스플레이를 1000ppi(인치당 픽셀 수)나 2000ppi까지 구현해야 해 용액 공정을 사용하는 QLED로는 한계가 있다. 수익성, 중국과의 경쟁, 제품군 별 시장 점유율을 고려해보면 QLED의 최우선 목표 시장은 TV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테크월드가 발행하는 월간 <EPNC 電子部品> 2020년 11월 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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